경기도 남양주와 포천 경계에 위치한 천마산(812m)에 봄이 찾아왔다. 찬바람이 걷히기도 전, 숲 속 바닥을 뚫고 올라온 봄꽃들은 누구보다 먼저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하지만 초봄에 피는 꽃은 작고 낮다. 이름도 소박한 이 꽃들은 휙 지나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가 준비되어야 비로소 그들은 모습을 드러낸다. 천천히 걷고, 자세를 낮추고, 마음을 여는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봄의 얼굴들이다.
천마산 자락에서 만난 봄꽃들은 하나같이 조심스럽고도 당당하다.
보랏빛 꽃잎을 뒤로 젖히며 핀 얼레지, 햇살을 머금은 듯한 복수초, 솜털 가득한 줄기에 흰색과 연보라, 분홍 등 다양한 색으로 피어난 노루귀. 이외에도 미치광이풀, 점현호색, 각시현호색, 애기괭이눈, 처녀치마, 큰개별꽃, 꿩의바람꽃, 는쟁이냉이,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 올괴불나무, 생강나무꽃 등 수십 종의 야생화들이 숲길과 계곡을 물들이고 있다.
이른 봄 야생화를 제대로 만나기 위해선 요령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해발 500~700m 구간, 북사면과 계곡 주변을 중심으로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꽃들은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 햇살을 받을 때 활짝 피기 때문에 시간대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촬영 시에는 스마트폰의 접사 모드를 활용하거나, DSLR 및 미러리스 카메라의 경우 조리개를 F2.8~5.6으로 맞춰 배경을 흐리게 처리하면 꽃의 형태가 선명하게 담긴다. 흐린 날에는 빛의 번짐이 적어 꽃의 색감이 더 잘 표현된다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꽃을 가까이서 관찰하거나 촬영하려면 자세를 낮춰야 한다.
엎드리거나 무릎을 꿇고 봐야 하기에 방수 깔개나 무릎 보호대 등을 챙기는 것도 추천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연을 해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마음이다.
천마산의 봄꽃은 말없이 피어나지만, 계절이 바뀌었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존재들이다. 작고 낮고 조용하지만, 그 생명력은 봄의 울림만큼이나 깊고 크다.
작은 꽃과 눈을 맞추는 순간, 우리는 자연과 계절의 진심을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