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들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유령 아동’으로 불리며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동도 국내에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입법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국민의 출생, 혼인, 사망 등의 가족관계 등록만을 다루며, 외국인 부모의 자녀는 출생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이를 국내에서 출산할 경우, 부모의 국적에 따라 재외공관에서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공관이 관련 업무를 하지 않거나 접근이 어려운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 출생신고를 해야만 한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 태어나도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사회적 보호에서 소외된 외국인 아동은 4천 명이 넘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4025명의 외국인 아동이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외국인등록번호를 받지 못했다. 출생등록이 되지 않을 경우, 이 아동들은 사회보험과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고 신분 증명이 어려워 학대나 범죄의 표적이 될 위험도 높다.
주요 선진국인 영국과 독일, 일본은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를 허용한다. 영국은 1953년 출생 및 사망 등록법 시행 이래 국적을 불문하고 출생신고가 가능하다. 한국도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으나, 30년이 넘도록 관련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는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을 보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외국인 아동 처우 개선과 선진적 인권정책을 위한 기반 마련”을 법안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출생등록은 국적 문제와 별개의 인권적 사안”이라며, 22대 국회에서 활발한 입법 논의를 촉구했다.
한편,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저출산과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으나, 자녀의 출생신고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미비는 한국 사회의 인권과 복지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