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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 승계 관련 의도적 '시총 저평가' 의혹

 

농심홀딩스(시가 총액 3014억)가 농심(시가총액 2조4756억)의 32%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넌센스이다. 단순 계산해도 절반 수준이다. 

 

■ 10년 전 삼양식품 10배였던 주가, 이제는 3분의 1 - 승계 위한 의도적 '저평가'

 

농심의 현재 위기는 단지 일시적 수익성 저하에 그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위기의 이면에 '의도적 주가 방치'라는 구조적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게 하여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만들려는 계산된 행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농심은 10년 전만 해도 삼양식품보다 시가총액 기준 10배 이상 높은 우량 종목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신라면'의 압도적 인기와 다양한 제품군, 안정적인 내수 기반은 농심을 대표 식품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농심의 시가총액은 약 2조 4천억 원에 불과한 반면, 삼양식품은 5조 8천억 원으로 농심을 크게 앞섰다.

 

문제는 이 격차가 단지 실적 부진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농심이 실질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보다는, 후계 구도 안정화를 위한 '의도적 무대응 전략'을 선택했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 없이, 주가를 낮은 상태로 유지함으로써 3세 승계 시 세금 부담과 지분 매입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란 것이다.

 

PER, PBR 등 주요 투자 지표에서도 농심은 지속적으로 저평가 상태에 머물고 있다. 반면 삼양식품은 고성장과 고배당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을 확보했다. 이 차이는 단순히 실적 차이를 넘어서, 회사가 시장과 주주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 소액주주를 대하는 '침묵의 전략'

 

문제는 농심이 이처럼 실적이 추락하고 시장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와중에도, 소액주주들과의 소통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공개적으로 서한을 보내고, 글로벌 경쟁사 수준의 수익성을 요구하며 합리적인 지표를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심은 공식 입장을 내놓기는커녕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주주가치를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영권 세습을 위한 주가 관리에는 민감하면서도, 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주주들의 목소리에는 철저히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이중적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다. 주식회사는 소유주의 집합체이며, 경영진은 그 자산을 대리해 운영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농심 경영진의 이 같은 태도는 '책임 경영'의 본질을 외면한 처사로 비춰질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관투자자들까지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대주주 일가 중심의 '폐쇄형 경영'을 고수하는 구조는 이제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심이 침묵과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와 사외이사 선임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견제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 글로벌 대비 '10분의 1' 수익성

 

2024년 4분기 농심의 연결 영업이익률은 고작 2.4%, 별도 기준은 1.7%에 그쳤다. 반면 일본 도요스이산은 23.8%, 닛신은 15.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며, 국내 경쟁사 삼양식품도 18.2%로 농심을 압도했다.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의 수익성이 경쟁사 대비 10분의 1 수준이라는 점에서 소액주주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의 2024년 매출액은 약 4,789억원으로, 농심의 8,551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률은 7배 이상 높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무려 6배 이상 높다. 농심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5배 수준이지만, 삼양식품은 21배가 넘는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이는 시장이 농심의 수익성과 미래에 대해 얼마나 낮은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게다가 삼양식품은 내부거래 비중도 낮고, 고배당 정책으로 주주친화적인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해 왔다. 단순한 숫자의 비교를 넘어, 경영철학과 주주환원정책에서도 농심은 한참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농심홀딩스 저평가와 주주환원정책 부재

 

농심홀딩스는 농심 지분 32.7%를 보유하고 있으나 시가총액은 2,857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농심 지분 가치(8,910억원) 대비 지나친 디스카운트로, 일각에서는 의도적 주가 저평가를 통한 '저렴한 승계' 전략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농심홀딩스의 배당성향은 17.27%에 그치며, 배당금은 농심과 율촌화학 등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 수익 내에서만 지급하는 구조다.

 

■ 신상열 상무 등장과 3세 승계 본격화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상무는 2021년 상무로 빠르게 승진한 뒤, 현재는 농심 미래전략실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할아버지로부터 농심 주식 20만주(3.29%)를 상속받았으며, 농심홀딩스 지분도 1.41% 보유 중이다. 이런 승계 과정 속에서 농심홀딩스 주가가 낮게 유지되는 것이 유리한 조건이라는 지적이 있다.

 

■ 내부거래 집중된 '비상장' 구조

 

농심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의 17.6%에 달한다. 이 중 75%는 비상장 계열사와의 거래로, 대표적으로 조미료 자회사 농심태경(2,420억원), 시스템 개발업체 엔디에스(237억원), 운송업체 전일운수 등이 있다. 이들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직접 보유한 회사로, 농심의 자금이 오너일가 계열사로 지속적으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다.

 

■ '뉴 농심' 전략과 무색한 현실

 

신동원 회장은 2021년 회장 취임 이후 '뉴 농심' 전략을 통해 글로벌 성장과 M&A를 예고했으나, 정작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CF)은 1,901억원으로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정책은 부재한 상황이다.

 

■ 농심, 글로벌 경쟁력 회복이 우선

 

현재 농심의 지배구조는 전형적인 한국식 지주회사 구조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문제제기는 단순한 이익요구가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와 글로벌 경쟁력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농심이 이를 외면할 경우, 이사회 진입과 주주권 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는 소액주주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짜여져 있다. 대주주의 의결권 집중, 폐쇄적 이사회 구성, 제한적인 정보 접근성 등으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결국 이들은 공개서한과 항의 서신을 보내는 것으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는 경영진의 무응답 앞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기업의 소유자인 주주가 회사의 주가 방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도,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는 구조 자체가 지금의 한국 자본시장이 가진 가장 큰 병폐다. 소액주주는 울분만을 삼키며 가슴앓이할 뿐이다. 농심홀딩스의 주가는 승계를 위한 수단이 아닌, 모든 주주의 가치를 반영하는 자산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 해외 사례 비교와 제도개편 필요성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소액주주의 권리는 훨씬 더 강력하게 보호받는다. 예컨대 영국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통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소액주주도 연합해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실질적 절차가 마련돼 있다. 미국은 사외이사 선임과 주주제안 절차가 보다 투명하고, 대주주의 영향력이 제한되도록 다양한 규제를 두고 있다. 특히, 의결권 자문사들의 영향력이 커져 대주주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일본 역시 소액주주 보호가 진전된 사례다. 아베노믹스 시기 도입된 기업지배구조개혁(CGP) 프레임워크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기업에 대해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그 결과 일본 기업들조차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여전히 소액주주가 단독으로 또는 연합으로 행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취약하다. 주주제안 요건이 지나치게 높고, 감사 선임 시 3%룰 외에는 대주주 견제가 사실상 어렵다. 주주명부 열람권조차 제한되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향후 제도 개편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소액주주가 연합해 주주제안을 제출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둘째, 감사 및 사외이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강화하고,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하여 소액주주의 참여율을 제고해야 한다. 셋째, 의결권 자문기관의 독립성과 역할을 법제화해 주주권 행사의 실질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한국 자본시장이 진정한 선진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제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단순한 '소란'이 아니라 '견제 장치'로 받아들이는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 농심 사태는 그 전환이 왜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농심홀딩스의 주가는 승계를 위한 수단이 아닌, 모든 주주의 가치를 반영하는 자산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이제는 농심이 더 이상 '가문의 식탁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자 지향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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