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우유급식 중단따른 잉여유 처리대책 건의 불구 아직까지 대책 전무
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 낙농분야 수급안정대책 서둘러야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처한 낙농산업을 살리기 위해 낙농대책을 투입하고 있는 일본 정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소장 조석진)는 23일 ‘일본과 구미 제국의 코로나(COVID-19) 대책’을 소개하며 우리 정부도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코로나에 따른 학교우유급식 공급중단으로 유발된 잉여원유처리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낙농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총액 150억엔(수급관련 140억엔)에 달하는 파격적인 예산을 코로나관련 낙농대책에 투입했다고 소개했다.
일본 정부의 낙농대책 주요내용은 ▲학교급식용우유의 공급중단에 따른 수급완화대책사업으로, 학교급식용우유를 탈지분유, 버터 등을 위한 가공용으로 전환함에 따른 가격차를 지원 ▲원유수급개선촉진사업으로, 사료용 탈지분유수입 및 수입조제품에 대한 지원을 국내산 탈지분유에 대한 지원으로 전환 ▲원유수급조정기금지원사업으로, 치즈, 버터, 전지분유의 증산협력지원(1kg당 50엔) 및 의료복지시설 등에 대한 우유무상제공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낙농정책연구소는 “코로나와 관련해 구미제국은 낙농가의 손실보전에 중점을 두고 있는 데 비해, 일본은 낙농가의 손실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은 대폭적인 유가하락과 원유폐기에 직면하여, 낙농가의 손실보전을 위한 직접지원을 시행하였고, EU와 캐나다는 유가의 최저가격지지를 위해 재고보관에 대한 보조를 시행했다. 즉, 낙농가는 이미 유가하락 및 원유폐기에 직면해 있었던 만큼, 피해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은, 원유폐기 및 유가하락을 사전에 막고, 낙농가에게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농림수산성은 “농림수산성으로서는 ‘중요한 식량자원인 원유폐기를 방관하지 않을 것’ 등을 최우선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06년 원유폐기와 생산조정(감산)으로 인해 이미 생산기반이 크게 무너졌던 만큼, 또 다시 원유폐기로 인해 생산기반이 무너질 경우, 두 번 다시 원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조치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원유폐기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일원집유 다원판매’를 핵심으로 하는 지정단체가 유업체와 연계·협력하여 수급조절기능을 최대한 발휘했기 때문이다. 반면 구미제국은, 낙농가와 유업체의 직거래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지정단체와 같은 조직이 있으나, 조직력이 약해 원유폐기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는 코로나로 인해 흰 우유 소비량의 6.9%(2019년 기준)를 차지하는 학교우유급식의 공급중단이 장기화되면서, 낙농업계가 잉여유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원유는 저장성이 없는 일배(日配)식품인 만큼, 유업체는 잉여유를 분유생산을 통해 보관함에 따라, 최근 분유재고가 증가추세에 있다.
또한, 업계에서는 잉여유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멸균유 생산을 늘리거나, 우유할인(덤핑)판매에 나서면서, ’06년 이후 중단되었던 일명 ‘끼워팔기’(우유 1ℓ에 200㎖ 2개 덤판매) 경쟁도 재개되고 있다.
낙농가들도 자발적으로, 원유납품대금의 일부를 전지분유 등 국산유제품구매를 위해 지불하는 자구책을 전개하고 있다.
한편,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는 지난 3월, 코로나로 인한 학교우유급식중단에 따른 잉여유(乳) 처리대책을 농식품부에 건의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앙정부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학교급식중단과 관련하여, 광역자치단체(교육청)가 추진하는 ‘농산물꾸러미사업’에, 우유를 포함해 줄 것을 농식품부, 광역자치단체에 건의하였으나 제외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한·EU FTA 국내 보완대책(2010.11)으로, 정부가 국회보고 및 언론발표까지 한 연간 300억원의 예산지원(20만 톤)을 통한 가공원료유지원사업과 관련하여, 지난 해 국회예산수립 시 증액을 건의하였으나, 올해 186억원의 예산지원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낙농정책연구소 조석진 소장은 “코로나사태와 관련한 낙농분야의 수급안정대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농식품부는 구제역 당시 우유부족사태에 대응한 사례를 거울삼아, 국회 및 예산당국과 적극 협의하여 조속한 대책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