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도시정비사업에서 입찰 참여 뜻을 내비쳤다가 여러 조건들에 대해 간을 보다가 돌연 입찰을 철회하기를 반복하고 있어 조합의 사업 지연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찰의향서까지 제출한 뒤에 막판에 입찰을 포기하고 있어 기대하고 있는 조합은 전체 사업 일정이 지연되거나, 조합원간 분쟁의 단초만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이달 12일 마감된 서울 개포주공 6‧7단지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 불참했다. 입찰 직전까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경쟁 입찰이 예상됐으나 삼성물산이 한 발 물러나면서 결국 유찰됐고 시공사 선정 일정도 4월에서 6월로 연기됐다.
앞서 삼성물산은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사업에 강력한 수주 의지를 표명하며 조합원들의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설 명절에는 단지 곳곳에 '신뢰의 파트너 삼성물산 임직원 일동' 이름으로 플랜카드를 내걸었고, 사업시행계획인가가 났을 때는 '업계1위 삼성물산이 함께 하겠습니다'라며 적극적인 입찰 참여 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입찰포기로 조합원들의 배신감이 고조되고 사업지연에 따른 조합원 손실도 발생이 불가피해졌다.

개포주공 6‧7차 재건축 윤형무 조합장은 입찰마감 직후 조합원들에 보낸 문자에서 "(삼성물산)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다양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클린수주를 방해하는 조합장의 비리 및 특정사 밀어주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제보도 입수했다"고 전했다.
윤 조합장은 “조합은 시공능력평가 국내 1, 2위 건설사가 경쟁해 최상의 공사조건을 제시하도록 시공사의 의견과 요구에 따라 입찰공고 시기를 올해로 연기했다”며 “이들이 입찰에 참여하기 곤란한 조건들은 모두 배제한 입찰안내서를 마련해 현장설명회에서 배포했다”며 그 동안 삼성물산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했다.
삼성물산의 '뒷통수 치기'는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에서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경장입찰을 빌미로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조합을 압박해 입찰지침까지 바꿨지만, 결국 시공사 입찰에는 응하지 않았다.
잠실우성 1‧2‧3차는 결국 두 차례 유찰돼 사업기간만 더 늘어났고, 또 삼성물산 입찰을 위해 공사비 인상, 입찰지침 수정한 조합 임원들에 대한 책임론이 일면서 조합원간 갈등이 조장되기도 했다.
신당10구역도 삼성물산의 간보기에 피해 입어
해당 현장은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경쟁 중이었으나, 두 시공사가 함께 컨소시엄을 요구해 시공사 선정 과정이 정지된 상태였다.
이 때 삼성물산은 조합에 단독 입찰 의사를 밝혔다. 삼성 측은 조합사무실을 방문해 그간 과도한 홍보전과 한남4구역 집중 탓에 포기했다가 다시 검토하게 됐다며 사업성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두 차례 유찰을 겪은 신당10구역 조합은 입찰 방식도 수의계약으로 변경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물산을 지정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공사비를 핑계로 입찰을 포기했다.
현재 조합은 컨소시엄을 포함한 새로운 시공사 선정 공고를 준비 중으로 사업이 예상시기보다 지연될 수밖에 없게 됐다.
광주 신가동 재개발도 마찬가지다. 해당 현장은 기존 시공사와 계약 해지 후 새 시공사를 찾던 중 삼성물산이 조합 입찰 요청 공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며 ‘광주 최초 래미안’이란 조합원들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조합도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삼성물산 측에 공문을 전달했다. 하지만 시간을 주면 입찰을 고려해보겠다던 삼성물산은 입찰 의사를 돌연 철회했다.

삼성물산 측은 “우선협상대상사 선정은 감사하나, 사업에 참여할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래미안’만 바라봤던 해당 조합은 다시 처음부터 시공사 선정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에서는 조합이 도급인, 시공사는 수급인으로 엄연한 갑을 관계가 설정됐음에도 삼성물산의 태도는 마치 주객이 전도된 모습”이라며 “브랜드파워와 경쟁입찰을 빌미 삼아 조합에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 회사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끌어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