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갱년기나 스트레스 과다, 불규칙한 생활 습관을 겪는 중년 이후의 성인에게 만성소화불량, 담적병, 과민성대장증후군, 가슴 답답함, 그리고 자율신경실조증은 서로 긴밀히 얽혀 있는 문제로 나타난다. 겉으로는 위장 증상이나 가슴 두근거림만 호소하더라도, 이면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조절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창원 휴한의원 김한나 원장은 “동의보감에서는 담적(痰積)을 ‘담이 쌓여 뭉쳐 있다’는 뜻으로 정의하며 ‘머리가 어지럽고 조잡하며, 가슴이 나무처럼 답답하고 뻣뻣하다’라고 표현했다. 환자들은 명치 또는 배꼽 주위가 단단히 뭉친 느낌과 속 쓰림, 메스꺼움,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하며,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나타나거나 배변 후에도 개운함을 느끼지 못한다. 입 안에 짙은 설태가 끼고 구취가 심해져 사회적 불편을 겪기도 하고, 심장 두근거림과 가슴 답답함을 비롯해 편두통, 두통, 목·어깨 통증, 뒷목 뻣뻣함 같은 근골격계 증상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이러한 위장 증상은 곧바로 가슴 답답함과 불안 증세로 이어진다. 위장 신경은 뇌와 연결된 ‘뇌장축(腦腸軸)’을 통해 정서와 긴밀하게 소통하는데,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소화 기능은 억제되며 심계항진·가슴 답답함이 동반된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수면 장애를 비롯한 불면증, 두통, 어지럼증 같은 자율신경실조증 증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불안감, 초조함, 신경과민 등 정신과적 증상이 함께 나타날 뿐 아니라 브레인포그, 만성피로증후군, 우울증, 무기력증 등으로 이어져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전했다.
김한나 원장은 “자율신경실조증의 치료와 관리에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 규칙적 식사·수면 패턴 유지, 카페인·알코올·자극적 음식 제한, 주 3회 이상 30분 유산소 운동을 권장하며 인지행동치료(CBT), 스트레스 관리 기법, 명상·호흡운동으로 과도한 교감신경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프리바이오틱스·프로바이오틱스 섭취로 장내 미생물 균형 조절, 복부 온찜질로 국소 혈류 개선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자율신경실조증은 단일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음을 이해하고, 위장관과 뇌신경계가 상호작용하는 복합적 기전을 이해하고, 생활습관·약물·심리·영양을 아우르는 통합적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담적병은 전통 한의학 개념이지만 현대인의 만성 소화불량, 자율신경실조증, 위장장애, 불안장애, 불면증, 만성피로증후군 등 신경정신과 질환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위장 증상뿐 아니라 다양한 신체·정신적 불편을 초래하므로,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삶의 질 개선에 중요하다. 스스로 증상을 관찰하며 장기간 개선되지 않을 때는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맞춤 치료 계획을 세우길 권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