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노수현)은 농림축산식품부 연구개발사업(농업에너지자립형산업모델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여름에 태양열을 저장했다가 겨울에 시설하우스의 난방열로 활용이 가능한 태양열 난방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나라는 농업분야의 탄소배출량을 2050년까지 50% 감축하기로 목표를 설정했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에너지 이용 효율성을 개선하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에너지 이용 효율성을 높이거나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높여야 하는데 농업분야에 이용 가능한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이나 태양열, 지열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초기 설치비용이 많이 들고 농경지에 공간을 많이 차지해 생산가능 면적이 줄어들거나 시설물이 작물에 필요한 햇빛을 가리는 등의 단점으로 인해 현장적용이 더딘 실정이다.
이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팀은 기존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개선하면서 무더운 여름철에 태양열을 저장했다가 겨울철 난방에 활용할 수 있는 난방시스템 개발에 나서게 되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난방시스템은 여름철과 가을철에 태양열로 물을 데워 대형 물탱크(축열조, 350톤 규모)에 저장했다가 겨울과 봄철에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시설물이 차지하는 면적도 줄이면서 열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땅속에 340톤 규모의 지중 축열 설비도 설치했다. 축열조에 저장된 물을 난방에 사용하면 물의 온도는 계속 낮아지게 되고 난방 효율도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히트펌프를 적용했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응축과 기화 시에 발생하는 냉이나 열을 냉난방에 활용하는 장치로 가정에 설치된 에어컨과 같은 설비로 이해하면 된다. 온도가 낮아진 온수의 열은 히트펌프의 열원으로 활용해 난방이 가능하게 설계하여 효율을 높인 것이다.
태양열 집열 설비가 차지하는 면적도 줄이는 한편 작물에 피해가 없도록 축열조가 설치된 기계실 지붕에 설치했다. 이렇게 해서 설치된 기계실 등 부대시설의 면적은 온실의 11.3%(433㎡) 정도로 최소화했으며 햇빛을 가리는 등 작물에 해가 없도록 설치했다.
난방시스템을 농가에서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관리시스템도 개발했다. 주요 설비에 센서를 설치하여 온도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태양열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고장을 진단해 준다. 한겨울에 난방시스템이 고장나면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문제발생 시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기능도 개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개발된 난방시스템을 경북 지역의 아열대 과수(한라봉, 천혜향) 농가에서 1년간 운영해 본 결과 3,828㎡ 규모의 온실에 별도의 난방없이도 18℃ 이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전력량 요금을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면 농업용 면세유를 사용하는 기존 난방방식에 비해 80.6%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실증에 참여한 동서네 농장의 한상훈 대표는 “만감류는 겨울철 온도 변화에 민감한 작물인데도 태양열 난방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온실내 온도가 고르게 유지된 덕분에 기존 대비 생산량이 약 20% 가량 높아졌다”며 “조기개화와 과실품질 향상, 출하시기 단축 등의 효과도 있어 30% 정도는 소득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농기평 노수현 원장은 “전 산업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으며 원재료 공급자 역할을 하는 농업분야도 향후 탄소배출 저감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활용 기술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의 기술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농업 현장에 적용가능한 신재생에너지 활용 기술 개발에 지속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